갈 곳 없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소미 댓글 0건 조회 47,656회 작성일 18-10-27 16:15본문
빗속에서
오래도록 굳은 고독 응어리진 슬픔 풀어
속속들이 젖으면서 어둡게 울고 나면
굳은 살 없는 가슴에
아침 햇살 금빛으로 돋겠지
울어보지 않은 기쁨이 어디 있으리
하루의 아픈 마음 이 저녁에는 창밖에 세워
매맞는 자세로 맞는다.
햇볕 하루에 젖은 하루가 뒤따라야
수목은 눈물 머금어 뿌리 뻗고
잔가지도 젖은 눈을 트고 꽃을 열었다.
젖어서 슬프지 않은 것 있으리
창밖에서 비를 맞는 생각 하나
낮게 날아 둥지를 찾아드는 울새 한 마리
갈 곳 없어 선 채로 속절없이 비를 맞는
어깨 처진 정원수 한 그루까지
비오는 저녁이 쓸쓸하지 않은 것 있으리
하지만 세상은 흐느낌 속에서 자랐다.
풍경을 빗금으로 할퀴면서
이탤릭체로 비가 내린다.
회초리에 맞아 함초롬히 젖은 하루가
저녁 아스팔트를 걸어서
어둡게 가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