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갈 수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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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소미 댓글 0건 조회 35,197회 작성일 19-03-06 10:00본문
저녁강을 건너가면서
저무는 나를 떠나보내는 것이다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찾아서
저녁강을 건너가는 것이다
저물녁의 강이 나와 같아서
강을 건너가듯이 저녁의
나를 건너가는 것이다
강도 나를 건너 오는 것인데
나를 밀고 가면서 나를
굽이쳐 흘려보내면서
두루마리 같은 강이
몸을 펼쳐 시 한 편 쓰고 있다
이파리 떨어진 뼈에
환한 마애불 새기는 일이다
저물녁의 강을 바라보는 것은
눈을 뜨고 숨을 쉬는
습관 같은 것이어서
내가 강을 건너가듯이
저녁강을 건너가는 것이란
꽃진 살갗에 어두운
문신을 새기는 일이다
강에 익숙해지기 전에
새벽은 물 건너 저쪽에서
밤은 물 건너 이쪽에서
출렁이면서 오는 것이므로
저녁강을 건너가면서
서약 같은, 맹세 같은
물빛이 내게 스미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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